유럽 폭염의 경제 충격, 성장률까지 위협


2025년 여름, 유럽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휩싸였다. 이탈리아 로마는 45도를 넘는 극한 온도를 기록했고, 프랑스 남부, 스페인, 독일 남부 등 대부분의 국가가 연일 40도 이상의 체감온도 속에서 산업과 농업, 일상 생활 전반이 마비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 폭염은 단지 더위에 그치지 않고, 유럽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번 여름의 폭염이 산업생산성과 수출, 내수 소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하며, 올해 유럽연합(EU) 전체의 GDP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0.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폭염의 영향은 특정 국가나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건설, 농업, 운송, 관광업 등 고온에 직접 노출되는 분야에서는 현장 작업이 멈췄고, 에너지 수요 증가로 인한 전력 공급 불안은 산업 전반의 가동률을 떨어뜨렸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노동 생산성 저하'다. 더운 날씨는 노동자의 집중력과 효율성을 저하시켜 노동시간당 산출량을 급감시킨다. 이에 따라 노동력 기반의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중심 국가들이 더욱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유럽의 경제 주체들은 이제 기후 리스크를 단기적 변수로 보지 않는다. 2022년, 2023년에 이어 2025년까지 3년 연속 반복되는 폭염 현상은 유럽 경제 구조에 본질적인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유럽 폭염의 실질적 경제 영향, 특히 산업·농업·노동 시장에 미치는 충격과 더불어, 향후 유럽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구조적 해법을 어떤 방향으로 모색하고 있는지 분석한다.



폭염으로 흔들리는 유럽 산업과 에너지 시장

2025년 여름 유럽 산업계는 가히 ‘재난 수준’의 여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과 에너지 집약적 산업군에서 타격이 집중되었다. 독일의 자동차 공장과 화학 플랜트, 프랑스의 제철소, 이탈리아의 기계 산업 등은 연일 지속된 폭염과 그로 인한 정전·전력요금 급등, 냉각 시스템 부담 증가로 인해 생산 일정이 대거 지연되거나 가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산업용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역별 블랙아웃 사태도 잇달았고, 이는 단순한 생산성 저하를 넘어서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전력 문제는 단지 공급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강수량 감소와 고온으로 인해 수력 발전량이 급감했고, 하천 수온 상승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 효율이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도 크게 위협받았다. 이는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들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으며, 유럽 전체 에너지시장 가격을 다시금 상승 곡선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산업 전반의 리스크 확대는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025년 3분기 유럽 주요 제조업 기업의 실적 발표에서는 일제히 '폭염으로 인한 수요 위축과 공장 운영 차질'이 주요 악재로 지적되었고, 유로스톡스50 지수는 8월 한 달간 5% 이상 하락했다.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예: 지열 냉각, 스마트 전력관리, 고온 적응형 설비)에 본격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향후 기후 리스크는 단순한 계절적 비용을 넘어서 재무구조의 건전성까지 흔들 수 있다.

결국 유럽 산업계는 폭염이라는 계절 요인을 ‘경영 전략의 핵심 변수’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ESG 경영과 탄소중립 설비 전환이 단순한 친환경이 아닌 ‘생존 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다.



농업과 식량 시스템의 붕괴 위기

폭염의 또 다른 직접적인 피해는 농업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농업 생산성과 기후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2025년 여름,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유럽 남부를 중심으로 이어진 고온 건조한 날씨는 밀, 옥수수, 포도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유럽 농민연합에 따르면, 2025년 하계 작물 수확량은 전년 대비 평균 17% 감소했으며, 특히 이탈리아의 토마토·올리브 생산은 30% 이상 줄어들었다.

이러한 작황 부진은 유럽 내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류 비용 상승, 냉장 유통 시스템의 과부하, 수입 농산물 의존도 증가 등으로 인해 유럽 전역의 가계는 식료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소비심리 위축과 실질 소비지출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IMF는 "기후 요인으로 인한 식량 시스템의 불안정성은 중기적으로 물가 불안의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의 식량 안보 강화를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농업 기반 지역 사회의 경제 순환에도 심각한 여파가 미치고 있다. 농기계 임대업, 농산물 유통업, 농촌 관광업 등 연관 산업이 함께 위축되면서, 농촌 지역의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일부 농촌에서는 이주 노동자 고용이 급감하고, 노동시장 자체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에 대응해 ‘기후 복원력 농업 프로그램’을 재정 지원 확대 대상으로 검토 중이며, 고온 내성 작물 품종 개발, 농업용수 효율화 기술 도입, 스마트팜 확대 등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전환은 최소 2~3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의 타격은 고스란히 2025년 GDP 성장률을 압박하고 있다.



노동 생산성 하락과 서비스업 타격

폭염이 유럽의 노동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건설업, 물류업, 관광업 등 외부 활동이 많은 분야에서 작업 중단 사례가 빈번해졌고, 사무직 근로자 또한 냉방이 미비한 환경에서의 집중력 저하와 근무시간 단축 문제에 직면했다. 유럽노동연구소(Eurofound)는 이번 폭염으로 인해 유럽 전체 노동시간의 평균 3.2%가 손실되었으며, 이는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GDP에 직접적인 하락 압력을 가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폭염은 ‘서비스 산업’에 이례적인 구조적 영향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오프라인 상점 방문 대신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 서비스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는 전통 소매업, 외식업, 공연·문화 산업에 큰 타격을 주었다. 관광업 역시 타격을 입었다. 고온으로 인해 유럽 내 주요 관광지는 방문객이 줄었고, 특히 고령 관광객 비중이 높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예약 취소율이 20% 이상 증가했다.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연속되는 고온노출은 탈수, 열사병, 집중력 저하 등 다양한 건강문제를 유발하며, 단기 결근율과 장기 휴직자 비율을 모두 상승시켰다. 의료 시스템은 더운 날씨로 인한 열 관련 질병 환자 증가로 부담이 가중되었고, 이는 다시 정부의 공공의료 예산 증가라는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시장 타격은 단순히 '일시적 더위' 문제가 아니다. 반복되는 폭염과 고온 현상은 유럽이 직면한 '기후 구조 변화'의 일부이며, 장기적인 노동환경 재편과 기업의 인력 운용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유연화, 리모트워크 확대, 기후 적응형 작업장 설계 등이 노동시장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조언한다. 유럽 경제는 이제 ‘계절을 넘어선 기후 구조의 경제 충격’을 새로운 정상(new normal)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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