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국방·에너지 예산, 투자 기회일까?
2025년 들어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영역이 바로 ‘국방·에너지 안보’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국 모두 방위비를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과 자립도를 강화하기 위한 예산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란 해협 봉쇄 위협, 중국의 대만 해협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안보에 기반한 산업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군사력 확장이라는 측면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 투자로 전이되고 있다. 전투기, 드론,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과 같은 전통적 무기체계는 물론, AI 기반 국방 기술, 사이버 방어, 에너지 저장, 스마트 국방시설 등 첨단 영역까지 포함된다. 동시에 에너지 분야에서도 천연가스, 핵융합, 그린 수소 등 '자립 가능한 국방 에너지 시스템'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구조적 변화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낳고 있다. 전통적 방산주는 물론이고, 방산 ETF, 에너지 안보 테마주, 전략금속 공급망 기업 등으로 투자 수요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또한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세제 혜택과 조달 계약 확대에 나서면서, 장기적인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한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방위비 및 에너지 국방 예산의 증가 배경을 살펴보고, 이로 인해 부상하는 산업과 투자 흐름을 분석하며, 향후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해야 할 리스크와 전략을 정리해본다.
방위비 사상 최대 증가, 그 배경은 무엇인가
2025년 기준, 세계 국방 예산은 사상 최대치인 2.5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2020년 대비 35%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GDP 대비 국방비 비율도 주요국 대부분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올해 9400억 달러의 국방 예산을 승인했으며, 이는 연방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이다. 중국도 2025년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7.2% 늘려 1.7조 위안(약 2400억 달러)을 책정했다.
이 같은 방위비 증가는 단순히 군사력 확대 차원을 넘어 전략 경쟁과 첨단 기술 확보 전쟁의 일환이다. 미국과 중국은 AI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 극초음속 무기, 우주 감시체계, 드론 전투 체계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NATO는 러시아에 맞서 동유럽 기지 강화, 공동 무기 개발, 병참 시스템 고도화에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2025년 국방 예산을 GDP 대비 2%까지 확대하며 자위대의 장거리 공격 능력을 강화하고 있고, 한국 역시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한 고위력 미사일, 정밀 타격 체계, 군사 AI 시스템 도입에 대규모 예산을 책정했다. 호주와 인도는 각각 중국 견제와 해양 통제력을 위한 핵잠수함, 무인정찰기, 위성통신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군수-민수 융합 전략’이 가속화되면서, 국방기술이 민간산업에 응용되는 구조도 강화되고 있다. 드론, 위성, 레이저, 자율주행 기술은 군에서 먼저 개발된 뒤 민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방 예산 증가는 단지 전쟁 대비가 아닌 ‘첨단 산업 육성 예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국방비 확대는 지정학적 필요뿐 아니라, 기술 패권과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적 경쟁의 일환이다. 각국은 이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단기적 예산 집행을 넘어 중장기적 정책 기조로 자리잡고 있다.
에너지 안보 강화와 기술 국방화
방위비 확대와 함께 2025년 가장 주목받는 흐름 중 하나는 ‘에너지 안보의 국방화’이다. 단순히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넘어, 전시나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도 에너지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립 구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군사 작전에서의 에너지 효율성, 전장 내 재생 가능 전력 확보,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분산형 전력망 등은 새로운 전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국방부(DOD)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국방 에너지 전략’을 수립해 운영 중이다. 전장 내 태양광 패널, 수소연료 발전기, 배터리형 모듈식 전원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육해공 전력 수단의 전기화(electrification)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사이버 공격과 EMP(전자기펄스) 대응이 가능한 스마트 전력 그리드와, AI 기반 전력 배분 시스템의 시범 도입도 진행 중이다.
EU 역시 국방·에너지 융합 정책에 적극적이다. 유럽연합은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겪은 이후, 전력 인프라에 대한 안보 프레임을 도입하며, 그린 수소 및 소형 모듈 원자로(SMR)의 군수적 활용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독일은 군사 기지 내 독립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본격화했으며, 프랑스는 해상풍력과 원전을 결합한 ‘국방 연계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군사기지 에너지 자립률을 2030년까지 8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군수차, 재생에너지 무기고, AI 기반 에너지통제시스템 등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일본은 자위대 기지 내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와 배터리 보급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대만은 해안 레이더 기지의 자율 전력화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록히드마틴, 보잉, 노스럽그러먼 등 방산 대기업들은 전력 시스템 기술 스타트업과 협력해 첨단 에너지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테슬라, 블룸에너지 등 에너지 신기술 기업들은 군수 시장 진입을 타진 중이다. 이는 민간 기술의 국방 응용뿐 아니라, 국방 자금의 민간 확산이라는 ‘기술 국방화의 양방향 흐름’을 의미한다.
에너지 안보가 국방의 핵심축으로 떠오르면서, 향후 방산과 에너지 산업의 융합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이중 사용 기술’이 아닌, 새로운 산업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이며, 미래 투자자산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방산·에너지 테마의 투자 기회 분석
방위비와 에너지 국방 예산의 확대는 투자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성장 산업과는 궤를 달리하는 방산·에너지 테마는 거시경제 불안과 지정학 리스크가 상존하는 시대에 ‘포트폴리오 방어자산’으로서 주목받고 있으며, 장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먼저 방산 섹터는 이미 주식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록히드마틴(LMT), 노스럽그러먼(NOC), 레이시온(RTX), 제너럴다이내믹스(GD) 등은 2024년 말부터 주가가 15~25% 가량 상승했으며, 유럽의 레오파드 탱크 제작사 라인메탈(Rheinmetall), 프랑스의 탈레스(Thales) 등도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도 북핵 위기와 방산 수출 확대로 주가가 재평가되는 중이다.
ETF(상장지수펀드)로는 미국의 ‘iShares U.S. Aerospace & Defense ETF (ITA)’나 ‘SPDR S&P Aerospace & Defense ETF (XAR)’가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국방과 에너지 융합형 테마 ETF’ 출시도 본격화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SMR 관련 종목(뉴스케일파워, BWX 테크놀로지스), 그린수소 기업(넬 ASA, 플러그파워), ESS·전력통제 솔루션 기업(블룸에너지, 슈나이더일렉트릭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방산주는 경기 변동에 둔감하며, 정부 조달 계약이라는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강점이다. 수출 확대 시에는 외환 차익 효과까지 동반되며, 높은 배당성과 잉여현금흐름은 중장기 보유 투자에 적합하다. 다만 규제 리스크, ESG 논란 등은 고려해야 할 요소이며, 투자 시 이슈 민감도와 윤리적 가치 판단을 함께 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 관련 기업들도 공급망 다변화, 전력 자립도 강화 흐름에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소형 원전, 수소 연료전지, AI 기반 스마트그리드, 전기군수차량 등은 향후 방위산업의 핵심 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선제적 테마 투자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한편 정부 정책은 이 분야 투자의 방향성과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유럽의 Net-Zero Industry Act, 한국의 국방 에너지 고도화 계획 등은 모두 국방과 에너지 투자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은 민간 자본 유입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
종합하면, 방위비와 에너지 안보 예산의 확대는 단기적 이벤트가 아닌 장기 구조의 전환 흐름이며, 이에 따른 테마 투자는 방어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포지션으로 기능할 수 있다. 단기 이슈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산업 방향성과 정책 연계를 기반으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