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불평등 심화, 빈곤은 왜 늘어나는가?

지구본 위로 소득 격차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배치된 1:1 비율의 플랫 스타일 일러스트. 한쪽에는 부유한 도시와 고급 건물, 다른 쪽에는 낡은 집과 빈곤한 인물이 대비되며, 세계 빈곤과 글로벌 불평등의 심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함.

2025년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구조적 변화 중 하나는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다. 최근 IMF, 세계은행(World Bank), OECD, 그리고 UNDP 등 주요 국제기구는 공통적으로 "세계 불평등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 심각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단순한 국가 간의 격차를 넘어, 개별 국가 내부의 지역 불균형, 교육·보건·디지털 격차 등 다양한 차원에서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의 양극화는 본격화되었고, 이어지는 고물가·고금리 기조는 개발도상국과 저소득 계층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은 자국 중심의 금융·산업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남아시아·라틴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은 외환위기 가능성과 국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지점은 국제원조(ODA)와 다자기구 지원이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국내 정치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이슈로 인해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보다는 자국 안보와 물가 안정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팬데믹 이후 잠시 반등했던 빈곤층 지원은 다시 약화되었으며, 식량·의약품·교육 인프라 등의 공공 서비스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빈곤과 불평등 문제의 구조적 배경과 흐름을 살펴보고, 주요 국가 및 국제기구의 대응과 과제를 분석한다.



팬데믹 이후의 불평등 구조 재편

세계 불평등 심화의 첫 출발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2020년 이후 글로벌 경제가 전례 없는 봉쇄와 위축을 겪는 가운데, 고소득 국가들은 적극적인 통화완화와 재정지출로 빠른 회복을 이뤘다. 반면, 개발도상국과 저소득 국가들은 재정 여력의 한계로 인해 피해 회복이 더뎠고, 사회안전망조차 취약한 상태에서 빈곤층의 피해는 더욱 심화되었다.

IMF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국과 저소득국 간의 1인당 GDP 격차는 팬데믹 전 대비 약 16%p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화와 디지털 전환이 '기술 접근성의 차이'라는 또 다른 불평등 축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나 온라인 교육, 비대면 의료 등의 접근 가능성에서 국가 간 격차가 더욱 두드러지며, 교육의 질·보건의 질·노동시장 기회 등 모든 영역에 파급되고 있다.

또한 부의 집중 현상은 팬데믹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다. 세계은행은 2025년 전 세계 최상위 1%가 전체 자산의 47%를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18년 대비 6%p 증가한 수치로, 단순히 자산 격차뿐 아니라 기회와 정보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대도시와 농촌,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디지털 산업 종사자와 전통 산업 종사자 사이의 소득 격차가 확대되며, 사회적 이동성(Mobility) 자체가 크게 저하된 것이 문제다.

팬데믹은 단순히 경제 충격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구조적 불평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중소기업 도산, 비정규직 해고, 여성과 청년 고용 불안정, 교육 단절 등 다방면의 피해가 누적되며, 일부 계층은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빈곤 상태로 밀려났다. 세계의 수많은 가구가 빈곤선 아래로 추락했고, 이는 향후 세대 간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전염병 불평등(Pandemic Inequality)’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낳았으며, 이는 앞으로의 정책 설계와 경제 시스템 전반에 깊은 영향을 줄 것이다.



기후위기와 식량불안, 빈곤층에 더 가혹하다

불평등의 또 다른 축은 바로 기후 위기다. 2020년대 들어 기후 재난이 빈도와 강도를 모두 키우며 전 세계적으로 피해를 확대하고 있는데, 그 타격은 저소득국가와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하다. 이는 국제기구가 '기후 불평등(Climate Inequality)'이라 명명한 현상으로,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한 국가들이 기후 재난의 피해는 더 크게 입는 구조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파키스탄·나이지리아 등 저지대 국가나 아프리카 내륙국들은 폭우, 가뭄,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 자급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세계식량계획(WFP)은 2025년 현재 식량위기 단계에 처한 인구가 3억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기후 영향권 안에 있는 국가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농업 기반 경제의 기반이 무너지며 빈곤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후 불평등이 단지 자연 재해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불균형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선진국은 기후 대응과 재난 회복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재정과 기술, 인력 모두 부족해 기후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2025년 현재 기후기금(GCF) 지원은 목표 대비 6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가장 긴급한 기후 취약국에 대한 지원조차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 문제는 동시에 식량 문제와 보건 문제로 확산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곡물 생산성이 급감하고 있으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식량 가격 폭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고물가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더욱 많은 인구가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여기에 말라리아, 뎅기열과 같은 기후 관련 질병의 확산도 빈곤 지역 보건 시스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결국 기후 위기는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 복지 불평등, 생존권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사회적 파장이다. 국제사회는 기후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고려한 불평등 대응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G7·G20 등 선진국 주도의 자원 재분배와 기술 공유가 절실히 요구된다.



국제기구·선진국의 대응과 한계

세계 불평등 심화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실질적인 대응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각국이 자국중심주의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면서, 국제 공조는 오히려 약화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국제원조(ODA)와 다자기구 재정의 축소로 이어졌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금융 및 인프라 지원의 공백이 더욱 커지고 있다.

OECD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공적개발원조(ODA)는 전 세계 GDP의 0.2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유엔이 제시한 목표치인 0.7%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며,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원조 예산을 국방비나 난민 대응비로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주요국은 ODA를 축소하거나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세계은행과 IMF는 개발도상국의 부채 구조조정, 저금리 대출 제공, 교육·보건 프로그램 확대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구조적 한계도 크다. 첫째, 정책 집행까지의 시간 지연이 길고, 둘째, 금융 기관의 위기 회피적 성향으로 인해 실제 고위험 국가에는 자금이 도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셋째, 국제기구의 결정 구조가 선진국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저소득국의 실질적 영향력은 매우 미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국제적 자원 배분 시스템이 기후 문제, 보건 문제, 기술 이전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예컨대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 지원은 탄소 감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복합적 구조이나, 현재의 지원 모델은 주로 환경 규제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실효성이 낮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빈곤국 채무 탕감 확대 ▲다자개발은행(MDB) 개편 ▲민간자본 유치 확대 ▲디지털 격차 해소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민간 투자와 ESG 금융을 활용한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이 주목받고 있으며, 향후 '포용적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시스템 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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