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위기, 글로벌 에너지 공급 흔들리나?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군함과 유조선이 대치 중인 모습을 묘사한 1:1 비율의 플랫 스타일 디지털 일러스트. 지도 위에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의 국기가 표시되어 있으며,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협을 상징적으로 표현함.

2025년 중동 정세는 다시 긴장 국면에 돌입했다. 특히 이란과 미국 간의 갈등이 재점화되고,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상선의 운항을 위협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극심한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해상 통로로, 이 지역의 안보 리스크는 단순한 지역 갈등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 직결되는 중대한 변수다.

최근 이란이 자국 해역 내 상선 검색을 강화하고, 영국, 이스라엘,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한 통행 제한 조치를 시사하면서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단 하루 만에 배럴당 7달러 이상 급등했고, 아시아권 국가들은 대체 공급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원유뿐 아니라 LNG, 석유화학, 기타 해상 물류에도 파급효과가 발생하면서 물가와 환율, 산업 활동 전반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는 단순히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만을 뜻하지 않는다. 물류의 중단, 보험료 상승, 해운사 운항 제한, 해상 보안 비용 증가 등 실물 경제에 매우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요소다. 특히 에너지 자원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 경제권은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번 글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의 배경과 전개, 글로벌 에너지·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주요국 및 기업들의 대응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의 본질과 확산 경로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폭 33km의 좁은 수로로, 세계 석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지나간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들이 이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수입국들 —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 은 이 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2025년 상반기, 이란은 자국 국경 안보를 명분으로 해협 인근 해상에 군사력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미 해군과의 무력 충돌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상선에 대한 검색·통행 제한 조치는 실질적인 해상 봉쇄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란이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에 반발하며 “적국 관련 선박은 사전 경고 없이 차단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사실상 유사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 사태를 군사적 충돌보다는 해상 통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보험사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전쟁위험지역’으로 재분류했다. 이는 운송 비용 상승, 해상 보험료 급등, 선박 우회 비용 증가 등으로 이어지며 공급망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일본, 프랑스, 독일 해운사는 이미 해당 해역 운항을 잠정 중단했으며, 한국 대형 정유사 역시 원유 계약선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호르무즈 위기는 또한 중동 전역의 정치적 긴장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UAE는 자국 해군력 강화를 선언했고, 미국은 추가 항모 전단을 파견해 압박에 나서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의 입장을 지지하며 “미국의 군사주의가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이 사안이 미·중 전략경쟁의 또 다른 무대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컨대,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위기는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국제적 이슈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몇 달간 원유시장, 금융시장, 물류시장에 지속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에너지시장에 미치는 직접적 충격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은 가장 먼저 원유시장에 직격탄을 날린다. 2025년 기준, 하루 약 2,000만 배럴에 이르는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된다. 이는 전 세계 소비량의 약 20%로, 단일 해협을 통한 공급 비중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통로가 흔들릴 경우 국제 유가는 단기간 내 급등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위기 초기인 5월 초, 브렌트유는 84달러에서 92달러까지 단 3일 만에 상승했다. 이는 물리적인 공급 차질 이전에 '심리적 가격'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시장은 항상 '불확실성'에 먼저 반응하며, 공급 자체가 완전히 중단되지 않더라도 통로의 안정성 위협만으로도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다.

또한 LNG(액화천연가스) 운송도 차질이 예상된다. 카타르, UAE 등은 주요 LNG 수출국이며, 한국과 일본은 해당 국가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크다. 일부 한국 기업은 장기계약 물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기 스팟 물량 확보에는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가정용·산업용 에너지 비용 상승은 필연적이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한다.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 역시 공급 차질과 운송 지연,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한 부담을 안고 있다. 원유도입 차질은 가동률 저하로 이어지고, 원재료 가격 상승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항공유, 디젤 등 산업용 연료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타격이 크다.

문제는 단기 충격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대체 경로 확보, 해상 보험 재조정, 계약 조건 변경 등을 강제당하게 된다. 이는 물류 효율성 저하와 동시에 공급망 복원 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글로벌 무역 환경 전반에 '비용 상승'이라는 구조적 부담을 안긴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는 유가 상승 → 수입 비용 증가 → 소비 둔화 → 성장률 하락이라는 전형적인 악순환 경로를 유도하며, 2025년 세계 경제 회복 흐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요국과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호르무즈 위기 상황에 대응해 주요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다각적인 전략을 모색 중이다. 먼저, 미국은 자국 전략비축유(SPR)를 활용해 가격 상승을 억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회피하는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통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국 해운사에 대해서는 위험 프리미엄 보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은 복합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북해·노르웨이산 원유 및 북아프리카 공급선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항을 통한 우회 물류 채널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유럽연합(EU)은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위한 정책적 투자 확대와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의 기회로 삼으려는 접근도 병행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특히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호르무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사우디·쿠웨이트와의 장기 계약 확대 및 대체 연료 확보에 착수했으며, 한국의 경우 전략비축유 3개월분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해상보험 특별공제 적용을 확대해 자국 기업의 리스크 완화를 유도하고 있다.

기업 측면에서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운항 경로를 재조정하거나 리스크 프리미엄을 선가에 반영하고 있으며, 일부 에너지 기업은 조기선적 및 비상 재고 확대, 공급선 다변화를 실행 중이다. 한국의 정유 대기업과 발전사들은 가동률 조정, 원유 스왑 계약 확대, LNG 벙커링 활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일부 다국적 기업은 이를 계기로 중동 지역 생산거점을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을 다시 활성화하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지역 자체에 대한 투자 리스크 회피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높다.

정리하자면, 호르무즈 위기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지금을 견디는 것’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전략의 근본적 재조정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와 기업은 단기 대응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한 구조 개편 전략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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